힐링캠프 -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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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군부대 강연을 가셨다.
군인들에게 그야 말로 힐링(수면)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강연 말미에, 어떤 병장의 질문.
"저는 스펙도 별로고, 집안도 별로고, 학벌도 별로인데,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작가님의 답변은, "잘 안될거에요." 였다.
이 한마디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군인들.
모두 기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한다.
"지금은 성공하기 굉장히 어렵다."는 말씀이다.
"설사 성공하더라도 인생의 모든 면에서 성공하기는 불가능하다."
기성 세대는 젊은 세대가 안정감만 추구하고 안주한다고 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현상유지도 어렵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도 사치다.
스펙도 쌓아야지, 창의성도 갖춰야지, 진짜 하고 싶은 일도 찾아야지...
젊은 세대에겐 너무 무거운 짐들이 지워져 있다.
20년 전, 작가님이 대학 다닐 땐 이렇지 않았다.
그 당시엔 경제성장률이 매년 두자릿수 이상이었다. 지금의 4~5배.
적어도 먹고 살 걱정은 없었고 무엇을 해도 나아질 것 같은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작가님은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뜬금없이 작가가 된 데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ROTC를 1년 반 동안 잘 해오다가, 문득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스쳤다고 한다.
'내 인생'을 찾겠다며 사춘기라도 온 것일까.
작가님은 6개월 남기고 ROTC를 그만 뒀다.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영하 작가는 결단을 내렸다.
그 뒤로 작가의 길을 가기로 했다.
김영하 작가가 그 시기에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거라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버지도 직장 생활 계속 하시고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취업을 다시 할 수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오늘날은 어떤가.
학자금 대출, 아버지의 이른 은퇴, 주택담보대출.
이런 저런 환경적 압박으로 이젠 결단이 어려워졌다.
그 좋던 시절에도, 작가 지망생 아들은 골칫덩어리였는데
지금 같은 시대에 마음을 따라 결단을 내린다는 건 꿈 같은 일이다.
그래서 김영하 작가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작가지망생이 길을 물어오면,
"작가 하지 마세요."라고 답한다고 한다.
작가가 되기 위한 기나긴 습작의 시기,
춥고 배고픈 시기를 견디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더 안 좋아질 것으로만 기대되는 시대.
이런 시대에는 자기 '내면'을 지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
영혼, 자존심 다 내놓으라고 하는 각박한 경쟁 사회.
나의 '내면'을 지키는 것이 어려워지는 사회이다.
나의 '내면'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나의 내면을 지키기 위해서는
즐거움을 추구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바로 나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개인적인 즐거움 보다는 집단성을 더 중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어서
개인적 즐거움을 추구하기가 쉽지 않다.
[저만 하더라도 블로그하려면, 와이프는 블로그질 하냐며 핀잔을 주죠.]
명분, 도리, 타인의 시선.
이런 것들이 나의 내면, 나만의 기준을 갖는 것을 방해한다.
[어차피 이것들을 내세우는 이유도 자신의 이익 때문이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살아가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와는 반대로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도 또라이가 된다.
타인과의 접점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영하 작가는 '감성 근육'을 키워서 남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경험을 많이 쌓으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즉 영화 평점에 의존하지 말고 많은 영화를 보라는 것이며
맛집 리뷰만 기웃거리지 말고 직접 맛집에 대해 리뷰하라는 것이다.]
경험의 시간이 부족할 때에는
오감으로 글을 쓰거나 감각적인 책을 읽음으로써
감성을 키우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다른 경험에도 모든 감각을 동원하게 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하나의 기준만으로 성공을 말할 때에는,
어차피 다들 잘 안 될 것이다.
나의 '내면'을 지켜 행복해져야 한다.
각자의 성공 기준으로 행복해 질 수 있는 것이다.
내면을 지키는 사람에겐 힘이 느껴진다.
남들이 '쟨 내버려 둬도 잘할거야.'라는 사람이 있고,
'쟤한테는 뭐라도 충고해주고 싶어.'라는 사람이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마지막으로, 힘겨운 도전을 하고 있는 청춘들,
특히 배고픈 시기를 보내고 있는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을 이해하고 지원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비틀즈가 성공한 이유는 애초부터 잘난 예술가 4명이 뭉친 것이 아니다.
서로 친구로서 영감을 주고 받으며 발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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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하고 있는 시도의 끝이 돈을 벌고 끝나든, 벌지 못하고 끝나든 상관 없습니다.
그대가 성장을 했다면 결코 실패가 아닐 것입니다.